침묵에 귀기울임

under 단상 2010. 6. 12. 22:43
아무 말 하지 않을 때조차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 사람이란 동물이지만, 대부분은 모두가 일시에 떠들어 대면서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음성엔 귀기울이고 있지 않은 것이 가장 일상적인 형국이 아닌가 한다. 어릴 때와 같은 활자중독증은 내게선 없어진 지 오래지만, 어쨌든 앞다투어 튀어나오는 말들,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려는 활자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 내가 속한 세계라는 점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 속에서 --최근 들어선 더더욱-- 빈번히 그런 의문에 부딪친다. 지금 접한 이 이야기는 또 어떤 승자의 서사일까 하는. 결국 목소리 큰 사람만이 떠들어대는 세상, 혹은 들려오는 것, 들려진 것이란 항상 승자들의 목소리뿐인 세상에서 우리는 정작 들려오는 것이나 목소리가 아니라 침묵에 귀기울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과연 어떻게 하면 그 소음을 잠재우고 고요와 침묵, 들리지 않는 약자들이 소리에 귀기울이는 '드문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까. (영화 <싱글맨>을 보다 보면, 대략 이렇게 집약될 수 있는 대사가 나오는데 --대사가 나온 맥락은 지금 내가 말하는 내용과 전혀 다르지만-- 그 대사가 순간 너무나 마음에 와 닿아서, 원작이라는 소설이 문득 읽어보고 싶어지기까지 했다.) 
Posted by papy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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