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

under 영상 2010. 6. 12. 22:12
디자이너 톰 포드의 감독 데뷔작으로 꽤 화제가 되었던 작품인 것 같은데, 역시나 기대(=예상)했던 대로 상당히 스타일리시했다. 실제로 왕가위를 염두에 뒀는지는 몰라도 '화양연화'를 연상시키는 음악도 그랬고, 군데군데 왕가위의 기법을 연상시키는 화면이 눈에 띄기도 한 것 같다. 그런 미학적 요소들이 과도하다거나 서사를 압도한다는 느낌을 주는 장면들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공감할 만한 영화였다. 주인공들의 운명의 측면에서만 보면, 10년쯤 전에 비슷한 일본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영화 제목은 자살관광버스) 그 시절에 그 결론을 대할 때의 나와 지금의 나의 태도는 달라진 것 같다. 젊어서는(? 지금은 늙었냐???) 운명론이라는 것을 마치 무슨 질병인 양 취급했던 것도 같은데, 나이가 든 탓일까. 훨씬 운명론자에 가까워지고, 그런 나를 굳이 변명하겠다거나 회피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운명을 거스를 수 있을 것처럼 덤벼드는 것이 인간의 오만함 같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그래서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도 허탈감이나 무력감보다는, 그래 아마도 삶이란 그런 것이겠지,라며 어느 순간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삶이란 아마도 그런 것이리라.




비록 삶에는 콜린 퍼스 같은 영문과/인문대 교수는 없을 듯하지만- ㅋ


Posted by papy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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