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Men

under 영상 2010. 5. 2. 00:17
최근에 동생이 들렀다 가면서 일러줘서 재미있게 보기 시작한 <매드 멘(Mad Men)>이라는 미드가 있다. 'Mad Men' 이란 뉴욕의 매디슨(Madison) 애비뉴를 중심으로 광고회사들이 성장하게 되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광고업계 사람들이 1950년대부터 자신들을 지칭한 일종의 별칭(?) 같은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90년대 이후(로 잡으면 얼추 맞으려나?) 뉴욕의 '월 스트리트'가 금융가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그 시대 미국의 광고업계의 대명사는 매디슨 애비뉴였던가 보다. 물론 광고/일에 '미친 사람들'이라는 중의적 의미도 고려하고, '광고쟁이들' 정도의 느낌으로 광고업계 사람들을 'ad men'이라고 부른다고 할 경우 그 발음과의 유사성도 염두에 둬서 붙여진 별칭일 것이라 짐작된다.

드라마는 60년대 '스털링-쿠퍼'라는 중간급 규모 광고회사의 유능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도널드 드레이퍼라는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그 주변 인물들과 그 시대상을 그린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코믹한 요소가 있는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긴 하지만, 이작품은 그런 명시적인 코미디 코드 없이도 정말 재미있다. 이 작품엔 희노애락의 모든 감정이 담겨 있되, 그것이 너무나 깊으면서도 또한 너무나 미묘하다는 것이 굉장한 매력이다. 작품 전체에선 거의 스치듯 지나간 한 인물, 드레이퍼의 아내인 베티에게 반해서 잠시 접근했던 --그 역시 이미 약혼녀가 있던-- 한 젊은 남자가 그녀를 표현하면서 했던 대사 가운데 "당신은 너무도 깊이슬퍼요."라는 것이 있었다.[각주:1] 물론 이 드라마의 주요 여성 배역 중 하나인 베티를 표현한, 한 조연의 대사이긴 했지만,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전체적인 정서를 표현하라고 한다면, 내게 그건 바로 '너무도 깊이 슬픈(so profoundly sad)'일 것이다.

그리고 이 아이의 거침없는 생동감과 천진난만함은 너무 어어쁘면서도 한편으로 이 작품을 더욱 슬프게 만드는 것 가운데 하나다. 자기 주변의 어른들의 세상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무슨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지 못한 채 마냥 천진난만하기만 한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의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세계와 대비되면서 거의 비현실적이고 기괴하다는 느낌마저 줄 때가 있다. 저 세계 안에 도저히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저런 삶이 공존하고 있었구나,라는 자각.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우리의 어린 시절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 그런 요소까지 모두 정교하게 서사 안에 짜여들어가, 이 작품은 한 편의 복잡한 직조물 같기도 하고, 모자이크 같기도 하다.

이렇게 모든 면에서 정교한 예술품 같은 드라마 우리 나라에서도 좀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처음엔 끝없는 호기심 때문에 3시즌 초반까지 거의 쉬지 않고 봤는데, 4시즌이 올해 6월부터나 다시 방영될 예정이라, 다 보고 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 잠시 쉬고 있는 중-
_M#]

  1. 영어 대사는 "You are so profoundly sad."라는 말이었는데, 이 'profound'라는 단어가 나에겐 아주 번역하기 까다롭게 느껴지는 단어 중 하나다. 대개 '깊다, 심오하다'로 표현되거나, 부사적으로 쓸 경우 '극심히, 완전하게' 등으로 활용하는데, 다 좀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 있다. 특히 '심오하다'라고 하면 너무 있는 척하는 표현 같고, '깊다'고 하면 좀 어중간하게 느껴지고 그렇달까. 어쨌든 상응하는 단어를 찾는 차원이 아니라면, 'profound'라는 말이 내게 주는 느낌은 폐부를 깊숙히 찌르고 들어오는, 그런 깊이감을 주는 표현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본문으로]
Posted by papyr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