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있음. (줄거리 노출 안 시키고 영화에 관한 글을 쓰고 싶은데, 항상 쉽지가 않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를 보면서 '메릴 스트립이 저렇게 예뻤던가!'라는 생각에 몹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가장 먼저 보았을 때만 해도 이미 내겐 중견 배우(좀 심했나?)의 인상을 주었던 메릴 스트립은, 연기력은 뛰어난지 몰라도 미모가 출중한 배우는 아니었다. 게다가 전성기 때의 '미모'를 자랑하던 로버트 레드포드와 함께 나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녀는 외모로 보면 이미 많이 지고 들어가야 했다...고 당시의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꽤 오랫동안 그녀가 배우가 된 것은 순전히 연기력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죽어야 사는 여자> 같은 영화에 그녀가 나온 걸 봤을 때는, '저 사람 어딘지 괴기스러운 구석이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에서 보게 된 그녀는 '청초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외모였다. 이상하게도 그 영화를 보고 나서 그녀에 대한 나의 호감도는 훨씬 더 상승했다. 한때 예뻤다고 해서 지금 다시 예뻐진 것도 아닌데, 왜 그 사실 때문에 지금의 모습까지 더 좋아하게 되는지, 나의 이 심리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를 본 이후, 메릴 스트립의 영화를 좀 더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다이앤 키튼도 뒤늦게 <애니 홀>을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경우 중 하나였다.)

암튼 <줄리 앤 줄리아>가 그런 연유로 보게 된 영화 중 하나다. 일단 눈을 즐겁게 해주리라는 기대감을 품게 하는 '요리 영화'이기도 하고, 이런저런 경로로 접했던 총평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데다,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라고 하니 한 번쯤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과연 요리 영화이기도 하고, 메릴 스트립 주연 영화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멘토'과 '블로깅'에 관한 영화, 즉 마음의 스승을 벗삼아 글쓰기라는 자신의 영역을 만나고 만들어 가는 과정에 관한 영화였다.


Posted by papy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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