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그런 것

under 단상 2009. 5. 28. 23:56


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죽음'이라는 사건의 의미를.
그리고 무엇보다
삶의 누추함을 견디는 방법을.
그러나 닥칠 때마다, 엄습할 때마다
매번 드는 생각은 정말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죽음을 결코 비하할 생각은 없다.
누군가가 그 선택을 내리던 순간의 절실함을
외면할 생각은 결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웃음과 눈물을 간직한 사람(들)이,
그렇게 한 순간 역주행처럼만 보이는
삶의 선택을 내리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죽음의 숭고함을 무작정 찬미하거나
망자에 대한 연민에 빠지고 싶지 않다.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은
삶의 비루함을 끝까지 살아내는 것,
그것밖에 없으니까.

다만 그의 선택이
아마도 포기는 아니었을 거라 생각한다.
자살,
마치 '자신'의 '의지'에 의한 '선택'이라고 생각되는 일이
사실은 그 사람의 '때'가 아니었을까 싶다.
불가항력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역시도 삶의 누추함을 끝까지 살아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일로 인해
정치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도
특별한 관심이 없었던 내가
새삼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웃는 그의 모습이 한없이 슬플 뿐이다.
아직 내게 죽음은 다만 그런 것이다.
누군가의 웃음에 함께 미소지을 수 없게 하는 것.
그 사람의 웃음이 어느 순간 나를 슬프게 만드는 것.




Posted by papy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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