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아이들이 모두 가버린
텅 빈 운동장에 남아있기를 좋아했었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고,
아버지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사라져버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조숙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정원(한석규)의
묘한 회상조로 시작된 "8월의 크리스마스"에는
"너 그때 그 일 생각나니?"라는 투의 대사가 유난히 많이 나온다.

오빠 정원과 함께 툇마루에 앉아 수박을 먹던 여동생 정숙도,
"오빠, 아직도 지원이 좋아해?
... 그거 생각나?
옛날에 오빠 학교 다닐 때 책에다가 지원이 사진 껴놓고 다녔잖아."
라고 하고,

여름날 오후, 아마도 그의 삶에서 유일한 사랑이었을
어린 시절 첫사랑 지원과 마주 앉은 정원도
"지원아, 너 생각나니? 내가 국민학교 때 니 일기 보고 날씨 베낀 거?"
라며 오래된 일기장을 뒤적이듯, 괜시리 어린 시절의 추억을 들춰 본다.

오랜 친구 철구와 오랜만의 술자리에서도 정원은
"너 그 제대하고 쫓아다니던 그 여자 생각나니?"
......
"어휴- 그때가 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십 년 전이다."
라며 십 년 전 어느 날로 거슬러 간다.
그리고 스물아홉 살 마지막 날 했던 말까지 들춰내서
"술 먹고 죽자!"를 외친다.

Posted by papy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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